[스크랩] 현지에서 더욱 유명해! 이자카야 <세이몬 바라이> -후쿠오카 맛집
"국내에도 볼데 많잖냐, 요새 같은 때에 무슨 해외여행이니? "
죽음의 환율에도 불구하고 일본여행을 가겠다는 말에 어머니의 질타가 쏟아졌다
"국내 여행도 좋은데, 일단 지금은 꼭 해외여행을 가야하는 시점이라 그래요, 허락해주세요, 엄마 ;; "
해외여행을 가야하는 시점이라니.. 어머니께선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혀를 끌끌 차셨지만,
분명 당시의 나는 "꼭" 해외여행을 가야하는 시점" 에 서 있었다.
해외여행의 즐거움은 분명 국내여행의 즐거움과 다르다.
물론 국내여행이 해외여행보다 즐겁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의 성격 자체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해외여행의 많은 즐거움 중에서도 가장 큰 즐거움은 바로 완벽한 "이방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람이 많건 적건간에 여행지에서의 나는 어딜가도 "이방인" !
나는 명동,종로같이 떠들썩한 지역은 언제 가봤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붐비는 곳을 싫어하는 편인데
여행지에서만은 어딜가도 "이방인" 이라는 사실때문인지 그런 본성조차 예외가 된다.
시끌벅적한 곳에 섞여 있어도 오히려 그 분위기가 내 자신이 "이방인"임을 더욱 강력하게 알려주는 느낌이랄까..
이번 후쿠오카 여행에서 가장 "이방인"스러운 기분을 즐길 수 있었던 곳을 꼽으라면
단연 첫날 저녁 방문했던 이자카야 세이몬 바라이 (せいもん払い) 를 들것이다.
도쿄여행때 들렀던 이나카야 (리뷰보기 클릭+ )가 관광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고급 이자카야였다면
세이몬 바라이는 그야말로 현지인들로 북적이는 더욱이 일본스러운 이자카야라 할 수 있겠다.
세이몬 바라이 (せいもん払い)를 알게된것은 유명 일본 맛집사이트 타베로그 食べログ 를 통해서 였는데
후쿠오카 지역 음식점을 통틀어 총 평점3위에 랭크되었을만큼 (http://r.tabelog.com/best2008/area/?pal=fukuoka)
현지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특히 위 사이트에선 맛,서비스, 분위기, 등등 각각의 항목에 대해서도 평점을 주고 있는데
1,2위를 차지한 곳들보다도 맛 (料理・味) 부문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5점만점/4.26점) 더욱 기대가 되는 곳이었다.
대부분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맛은 틀림없는 곳"이라는 평이었다.
눈이 소복소복 내리던 여행 첫 날,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포장마차거리로 유명한 나카스 부근 상가지역에 위치한 세이몬 바라이로 향한 우리
생각했던것보다 다소 허름해보이는 외관이 오히려 정겨운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술을 마시기엔 조금 이른 시각, 더군다나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퇴근하고 몰려온 일본인들로 가게안은 이미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가게안은 2층으로 이루어져 꽤나 넓은편이었는데
앞쪽엔 요리하는 모습을 보며 술을 마실 수 있는 다찌 자리가, 안쪽엔 테이블 형태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는 30분가량을 기다려 다찌쪽에 자리를 잡았다.
편한 이자카야라 생각하고 찾아왔는데 , 우리 일행을 제외하곤 퇴근하고 몰려온 양복차림의 손님들.
편해도 너무 편한 복장에 카메라까지 꺼내 사진을 찍고있는 내 모습이 어쩐지 부끄럽게 느껴졌다 ;; (그래도 열심히 찰칵찰칵 ;;)
자리를 잡고 앉으니 묵직한 메뉴판을 가져다 주셨다.
메뉴가 어림잡아 100가지는 되는듯 한데 , 가격이 쓰여있지 않는 메뉴들도 많아 무얼 먹어봐야 할지 어찌나 고민이 되던지..
한참 메뉴를 살펴보던 우리는 , 결국 직원분의 도움을 받아
반응 좋다는 고마사바와 요부코의 오징어회 등 몇몇 안주를 골라 주문 완료!
말그대로 선술집스러운 떠들썩한 분위기다.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기분좋게 주고받는 손님들의 대화,
주문을 받는 능숙한 조리사들의 과장된 듯 커다란 목소리,
심지어 간간히 풍겨오는 담배냄새까지도 그저 기분좋게 느껴지는 그런밤이었다.
먼저 시원한 생맥주 한잔씩을 주문했다.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는 실내에서 이가 시릴정도로 시원한 맥주의 맛이란 그 어떤 단어로 표현할 수 있으랴 !
부드럽게 넘어가는 맥주 몇 모금에 시작부터 알딸딸한 기분이다.
제일 먼저 고마사바(ごま鯖 ,참깨 고등어)가 나왔다.
참깨와 참기름, 간장등에 고등어를 고소하게 마리네이드한 요리는 세이몬 바라이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라고 한다.
두툼하게 썰어낸 싱싱한 고등어를 참깨베이스에 절여 고소하게 맛을 냈다.
무심코, 고등어 한 점을 베어물었는데 , 맙소사! 맛있다 !
고등어가 정녕 비린맛이 있는 생선이었단 말이더냐 ?
싱싱한 고등어를 쓴 탓도 있었겠지만 참깨등의 고소한 맛이 적당히 베어든 고등어의 식감은
부드러운 동시에 입에 착착 달라붙기도 하며, 고소하기도 하면서도, 짭쪼롬한 맛까지 그야말로 Best 였다.
맥주를 부르는 맛 ! 최고의 사바 요리.
시소잎과 매콤한 베니타테를 곁들여 먹으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요부코의 오징어 (呼子のイカ)
다음 나온 요리는 요부코의 오징어 활회다.
요부코(呼子)는 후쿠오카 근교에 위치한 어촌의 이름으로
작은 규모의 항구마을이지만 일본 전역에 걸쳐 정평이 나있는 오징어 산지라고한다.
요부코(呼子) 라니 !
여행을 준비하며 투명하게 살아 움직이는 요부코 오징어 사진을 보곤 눈이 휘둥그래져 "요부코"를 열심히 수소문했던 우리였다.
짧았던 이번 여행 일정엔 부담스겁게 느껴지는 거리라 "요부코"로의 오징어 여행은 포기해야했지만
이 곳에서나마 그 곳의 오징어를 맛볼 수 있다는 자체가 우리에겐 그저 감격.
부위별로 잘 썰어낸 오징어에 시소잎, 베니타테 (紅たで : 붉은색 허브로 활어에 곁들여지는 매운맛의 허브) , 레몬등이 함께 나왔다.
다른 안주사진을 찍느라 오징어를 잠시 방치(?)해둔 탓에 금새 흰색으로 변해 사진에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처음 내온 요부코 오징어는 접시의 색이 그대로 비춰질만큼 투명한 상태 !
투명한 오징어회는 부위별로 난도질(-_-) 당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꿈틀꿈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징그럽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우리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어머! 싱싱해! 군침도는걸?!"
보통 우리나라에선 오징어회엔 초고추장을 곁들이곤 하지만,
이 곳에선 향 좋은 양조간장에 레몬과 와사비를 곁들여 먹는다.
와사비를 풀고, 레몬을 곁들인 간장을 살짝 찍어 오징어 몸통부터 한 점 먹어보았다.
"오징어회를 먹으며 달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던가?" 생각하며 오징어를 천천히 씹었다.
오, 투명하고 신선한 오징어가 쫄깃쫄깃하게 입안에 착착 감겨붙는다.
입안에 착착 감겨붙는 식감과 오징어 특유의 달큰함, 향긋한 간장의 완벽한 조화 !
이번엔 다리를 먹어볼까?
젓가락을 가져다 대니 나보다 더 강한 힘으로 젓가락을 밀어냈다.
"오오, 요놈봐라 ?해보자는건가 -_- "
왠지 질 수 없다는 기분이 든 나는 가장 튼실한 부분의 다리를 젓가락으로 힘껏 집어들어 앞접시로 가져왔다.
그런데 ..............................
꿈틀꿈틀 .
아직도 신경이 그대로 산 오징어 다리의 빨판이 접시에 착 달라붙어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다리 끝을 잡아 떼어내려하니 외려 접시가 들리는 우스운 상황이 벌어졌다.
꽤나 강한 생명력이라 칭찬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낑낑 접시에서 빨판을 떼어 오물오물 오징어 다리를 씹기 시작했다 ( 왠지 승리감에 도취 )
접시에 들러붙어 있던 빨판의 힘은 가히 위대한 것이었다.
입안 구석구석 빨판이 입안에 착착 붙어 씹는 내내 "생명력의 맛"이랄까 ...
먹고 맥주로 입가심을 하고난 후 까지 입안에 빨판의 느낌이 남아 있을 정도였다.
아...이 맛에 먹는구나....
특대 새우 소금구이
오징어 다리와 혈투를 벌이는 사이에 마지막 요리가 도착했다.
소금 속에 왕새우를 묻어 구워낸 오늘의 추천 요리다.
사진으론 제대로 표현이 되진 않았지만, 커다란 크기에 놀란 우리.
사실 놀랐다기보단,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싯가"의 요리였기에 대체 가격이 얼마나 나올까 두려워졌던 순간이었다;;;;
껍질은 벗긴 새우를 들고 기념사진도 한컷 !
먹기좋게 껍질을 벗겨낸 모습이다 (아래사진)
노란 조명때문에 잘 표현되진 않았지만 선홍빛 통통한 새우살이 참으 로 먹음직스러웠다.
왠지 궁금한 마음에 작은 다리를 뜯어 조금 씹어 먹어본다.
바삭함이 좋았지만 한 쪽 눈이 찡긋 감길만큼 무척 짭쪼롬한 맛.
"이거 딱 맥주를 부르는 맛인데? "
(이건 뭐 요리만 나오면 무조건 맥주를 부르는 맛이라고;; )
소금간이 적당히 베어있는 싱싱한 새우.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맥주를 마시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었다.
달게 절인 낑깡을 반씩 나눠 입가심을 하고 남은 맥주를 들이켰다.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시끌벅적한 가게를 뒤로 한채 거리로 나섰다.
삐걱거리는 세이몬 바라이의 문 하나 사이로 완벽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거리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고, 함박눈이 소복소복 내리고 있었다.
" 비슷한듯 보이지만 일본은 확실히 우리나라와는 다른 곳 같지 않아요? 이렇게 일본이 이국스럽게 느껴지는 밤은 또 처음이네요 "
" 맞아요. 어딜가도 만나는 한국 사람 한번 마주치지 않은 곳도 오랫만이고 말이에요 "
"오늘의 고마사바는 정말 잊지 못할 맛이었어요. 맥주를 부르는 맛이랄까 ? "
"가격은 좀 센 편이지만, 뭐 돈이 아깝지 않은 그런 곳이었어요. 여행의 완벽한 첫날밤이군요"
우리는 저마다 한마디씩 세이몬 바라이의 감상을 이야기하며 함박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거리를 걸었다.
내 생애 일본으로의 여행을 통틀어 가장 "일본스러웠던" "여행스러웠던" "이방인스러웠던" 그 날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다시 후쿠오카에 간다면, 꼭 다시 한 번 들러야 할 곳.
후쿠오카 세이몬 바라이 (せいもん払い 정보
주소 :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 하카타 카미카와바타마치5-107 강가 1F
福岡県福岡市博多区上川端町5-107 シャトー川端 1F
전화번호 : 092-281-5700
영업시간 : 17:00 ~ 23:45 (L.O.22:50) , 일요일 휴무
예약불가
더 많은 정보 : http://r.tabelog.com/fukuoka/A4001/A400102/40000029/
글,사진,편집 : 레카미에 (rimi.kr@gmail.com)
글 원문 : 리미의 맛있는 상상 (http://www.rim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