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일본/큐슈] 유후인 기차여행의 로망♡ <유후인노모리>를 타고 도시락을 !
아주 오래 전 이야기지만 "일본 여행"하면 제일 먼저 온천과 초밥을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어렸을 적 듣고 자란 할머니들의 일본 여행담은 뜨끈한 물에 몸을 누였다가
싱싱한 생선이 얹어진 밥을 맛있게 먹고왔다는 이야기가 전부였던 탓이었으리라.
그 시절, 내 상상 속 일본은 생선 가득한 바닷가 마을에 모락모락 김이 나는 노천 욕탕이 들어선 섬나라의 모습이었다.
TV에서 종종 봤던 딸깍딸깍 나무 신을 신은 사람들이 가득한 온천하는 나라..
그랬던 필자가 어느덧 일본의 온천도시들이 정말 그런 모습인지 확인을 해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일본 온천 여행" 은 어쩐지 더 다리에 힘빠지고 먼 나라를 여행하기 어려운 때가 되면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었달까...
무튼 왠지 도쿄나 오사카 등등 다른 지역에 비해 그다지 궁금하지 않던 큐슈지방에 "급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애니메이션에서 갓 튀어나온듯한 녹색 열차 < 유후인 노 모리> 때문이었다.
만화 속에 나올법한 귀여운 열차에 몸을 싣고 알록달록 예쁘게 만들어진 일본식 도시락을 먹는 여행이라니 !
이 어찌 매력적이지 않을수가 없겠는가 !
<유후인 노 모리 (ゆふぃんの森)> 란 "유후인의 숲"이라는 뜻의
1989년 디젤 기관차를 개조해 만든 유후인으로 향하는 열차를 말한다.
외국 관광객뿐만 아니라 일본인들도 가장 타보고 싶어하는 큐슈지역 여행의 로망같은 관광열차로
디자인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이 열차는
후쿠오카의 JR하카다(博多)역에서 유후인(湯布院)역을 연결하는 관광열차로 하루 2편이 왕복 운행 된다.
유후인 노 모리는 전 좌석이 지정석이며, 차량이 전망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열차는 1세(3,4호) 와 2세(1,2,5,6호) 두가지 종류가 있는데
1세는 낡은듯하지만 더욱 클래식한느낌 이며 2세는 1세에 비해 최근에 만들어져 자리가 1세에 비해 넓직하고 현대적인 느낌이 든다.
필자는 유후인으로 가는길에 1세 , 후쿠오카로 돌아오는길엔 2세에 탑승을 했는데
더 쾌적한 느낌의 2세가 편하긴 했지만 , 왠지 옛날 기차를 탄 느낌이랄까..삐걱삐걱 클래식한 분위기의 1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유후인으로 가는 길에 탔던 유후인 노 모리 1세 열차의 모습]
[후쿠오카 하카타역의 풍경(좌) 와역으로 들어오는 유후인노 모리의 모습(우)]
"유후인 노 모리"를 타보는것 만으로도 무척이나 신나는 일이었지만, 일본 기차 여행을 하게되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 있었다.
바로 일본식 알록달록 예쁜 도시락 준비 !
하카타역 근처의 매점이나, 쇼핑센터에서는 갓 지어낸 다양한 도시락을 구입할 수 있다.
종류도 많고 기차 내 판매되는 도시락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고르는 재미가 굉장히 쏠쏠하다.
열차에서 판매되는 그 유명한 "유후인 노 모리 벤또"도시락도 좋지만 여러명이 여행을 한다면
1~2개 정도만 열차에서 구입을 하고 나머지는 미리 구입해 타는것을 권하고 싶다.
[ 역 근처의 쇼핑몰에서는 다양한 도시락들이 판매되고 있다]
도시락과 음료와 과자 몇가지를 사들고 올라오니 멀리서 열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소복소복 내리는 하얀 눈사이로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듯한 초록빛열차가 역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유후인노 모리다 !!! "
덩실덩실 우리는 관광객 티를내며 기념촬영을 마친 후 기차에 올라탔다.
열차 내부는 대부분 목재로 만들어져 있었다.
어렸을적 왁스로 광을 내던 교실의 갈색 나무 바닥을 연상시키는 기차 바닥이 무척 마음에 든다.
나무바닥과 더 없이 잘 어울리는 바랜듯한 초록빛 시트는 1세기차에서만 볼 수 있다.
2세 기차의 편한 현대식 시트보다는 불편한 느낌이지만 왠지 정겨운 느낌 ..
[유후인 노 모리 1세 열차 내부모습]
기차 끝칸에는 바깥 경치를 감상하며 식사와 차를 즐길 수 있는 카운터 칸의 모습.
사진은 찍어오지 못했지만, 유후인노모리를 탔다는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부스도 마련되어 있었다.
원목 기차안에서 바라보는 눈발 날리는 창밖의 풍경은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았다.
[유후인노모리 끝칸에 마련된 자리]
자, 이제 기차에서의 점심을 먹어볼까?
미리 구입해온 도시락도 도시락이지만 유후인노모리의 그 유명한 도시락을 맛봐야하지 않겠는가 !
유후인노모리 열차 안에서 판매되는 도시락은 열차의 이름만큼이나 유명하다.
유후인 요리 연구회와 JR 규슈의 객실 승무원, 하카타 고토부키켄이 공동 개발한 차내 한정 판매의 도시락은 유후인 지방의 쌀,야채를 사용해 계절에 맞게 계절별 풍미를 담아 만들어내는 고급스러운 도시락이다.
열차에서 판매되고 있는 도시락은 3종류다. 구성에 따라 1,200엔/750엔/700엔 짜리가 준비되어 있다.
그 외에도 햄,치즈,생과일주스,맥주,와인,디저트 등이 판매되고 있다.
아침에 구경한 도시락들에 비하면 매우 높은 가격이지만 경험이랄까.. 열차에서의 추억을 위해 도시락 한가지를 맛보기로 했다.
[열차에서 판매되는 도시락은 3종류, 가격은 센편이다]
기차 마지막칸에서는 도시락을 비록한 메뉴에 적혀 있는 음식들과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자, 이제 도시락도 골랐고 드디어 맛을 볼 시간 !
사가지고온 도시락과 유후인노모리 도시락, 각종 음료를 꺼내기 시작했다.
먼저 유후인노모리 열차의 그 유명한 도시락 ! 750엔 짜리로 구입을 했다.
열차의 모든 자리엔 도시락용 작은 선반이 붙어 있어 편하게 음식을 즐길 수가 있었다.
정갈하게 만들어진 반찬과 밥이 예쁘게 담겨져 있다.
계란말이, 생선튀김, 감자고로케, 연근버섯 조림, 찐고구마와 단호박, 각종 쯔케모노가 준비된다.
딱히 와,맛있다 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정갈한 일본반찬의 느낌.
열차의 명물이라지만, 결국 단체로 만들어내는 도시락이니 사실 맛은 큰 기대를 하긴 어렵다.
그래도 추억이랄까, 두근두근 맛보는 도시락의 정겨운 맛이란 !
이번엔 쇼핑몰에서 구입해온 마끼 도시락이다.
한 줄에 179엔에 구입한 네기도로(참치) 마끼 와 이까(오징어)와 시소마끼
나중에 백화점 식품매장을 돌다보니 꽤 유명한 브랜드인듯 했다.
별거 아닌 마끼같지만 잘지어진 밥에 신선한 재료의 맛이 쏠쏠하다.
아, 그리고 한가지 ! 우리의 도시락 맛있게 즐기는 하나의 노하우를 소개해보겠다.
(100% 필자의 주관적 입맛에 의한 노하우 ;;;; )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이꾸라(연어알)과 우니(성게알) 등을 마트에서 판매한다.
국내에서는 밥위에 연어알이 조금 올려진 이꾸라동등을 맛볼 수 있는 곳도 많지 않고, 가격도 만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에서는 비교적 저렴한 값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짭조롬하게 간이 되어있는 도시락용 밥에 이꾸라 또는 우니를 얹어먹는 그 맛이란 !
이번에도 쇼핑몰에서 구입해온 야채/버섯밥 도시락 이다.
야채와 버섯을 넣어 따뜻하게 지어낸 양념밥에 멸치등의 간단한 반찬이 곁들여진 도시락 !
가격도 저렴했지만, 참 맛이 좋았다. 톡톡 터지는 이꾸라를 가득 얹어먹는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기차에서의 맥주 한 캔!
조금 비싸긴 했지만 , 유후인노모리표 오징어도 구입 !
예쁘게 포장된 오징어는 양이 무척 적지만 살인적인 환율 때문에 한화 4,000원에 가까운 가격이다.
그래도 맥주와 함께 아작아작 씹고 있으니 세상 부러울게 없다.
유후인노 모리에서는 도시락 먹는 재미 만큼이나 아기자기한 또 다른 재미가 숨어있다.
각종 기념품과 사진촬영 !
열차안에서는 모자,열쇠고리,뱃지 등 유후인노모리 열차를 상징하는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열차에 탑승한 기념으로 귀여운 스탬프를 찍어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나 역시 스탬프 모양이 마음에 들어 열심히 꾹꾹 찍어와 이 날의 감동을 몇자 적어 책 사이에 꽂아 두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서비스 !
유후인노 모리 열차의 기장과 레이디들의 모자를 쓰고 탑승한 날짜가 쓰여진 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레이디들의 둥근 모자가 마음에 들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기념촬영을 해봤는데
요새 부쩍 오른 통통한 볼살때문인지 아가씨들처럼 고운 자태는 커녕 소풍온 유치원생처럼 나와 상처받았다는 후문이 ㅡ_ㅡ;;
도시락을 먹고, 맥주 한잔을 마시며 도란도란 수다를 떨며 담아온 빅뱅콘서트-_-를 보며 한시간 반 남짓을 달렸다.
클래식한 초록빛 열차는 울창한 숲사이를 달려 우리를 작고 아담한 온천 마을 <유후인> 으로 인도했다.
유후인역은 아주 작은 시골역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여행지에서 또 다른 여행지로의 이동시간은 지루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유후인노모리>는 그 지루할 수 있는 시간을 맛있는 도시락과 친절하고 아기자기한 서비스로
우리에게 잊지못할 추억의 시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동화속에서 튀어나온 초록빛 <유후인노모리>는 반짝반짝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내는 신비의 열차다.
고즈넉한 온천마을 유후인에서의 하루도 잊지 못할 추억이었지만 ,
열차를 타고 유후인으로 가며 만든 아기자기한 추억들은 아마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만 같다.
큐슈지방의 여행을 한다면 꼭 ! 한번은 타보아야할 <유후인노모리>
언제나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초록빛 추억을 선사해주는 마법의 기차가 되길 ..
원문 : 리미의 맛있는 상상 "리미" ( www.rimi.kr )
글,사진,편집 : 레카미에 (rimi.kr@gmail.com)
티켓구입
하타카역내 마도구치 및 발매센터
가격
왕복 직행 1인당 8,800엔
※ 할인팁 : 국내에서 JR큐슈패스 3일권을 구입해가면 7,000엔에 구입 가능 합니다.
시간표
하카타 07:45 09:16 10:16 12:16 14:43 17:14
유후인 10:03 11:26 12:28 14:43 16:42 19:37
[유후인-하카타방면]
유후인 09:07 12:00 14:16 15:49 17:05 18:41
하카타 11:15 14:15 16:33 17:58 19:15 20:45
※ 파란색이 유후인노모리 시간표 (나머지는 일반 유후인호)